시장가치 4조에서 4천억으로, 마켓컬리의 위기
한때 쿠팡과 이커머스 시장의 1, 2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마켓컬리가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마켓컬리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4조 원에서 4천억 원으로 급락한 마켓컬리, 어떻게 유통 위기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컬리의 흑자 전환과 그 이면
새벽배송 이커머스 업체 마켓컬리는 지난해 12월 에비타(EBITDA) 흑자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이는 회사 설립 9년 만에 별도 기준 영업이익으로 첫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컬리는 이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상장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은 다소 복잡합니다. 컬리의 흑자 전환은 자회사를 제외한 본 서비스 자체만을 기준으로 한 성과입니다.
흑자 규모 역시 거래액이 조 단위인 상황에서 크지 않아 숫자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결 기준(IFRS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근본적인 재무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냅니다.
EBITDA: 세금, 이자, 감가상각을 제외한 영업이익을 의미하며, 현금 흐름 중심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컬리의 성장과 위기
마켓컬리는 한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던 혁신의 아이콘이었습니다.
2015년 김슬아 대표에 의해 설립된 이후, 국내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식품을 빠르게 제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혁신적인 서비스는 바쁜 현대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큰 호응을 얻었고, 마켓컬리는 빠르게 성장하여 2021년에는 기업가치 4조 원을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위기의 씨앗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마켓컬리의 차별성은 점점 희미해졌고,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쿠팡과의 치열한 경쟁은 시장 내 컬리의 입지를 크게 흔들었습니다.
2022년, 마켓컬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며 상장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투자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상장 추진 작업이 2023년 1월 잠정 중단되면서 컬리는 심각한 경영난과 투자 유치의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
마켓컬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상장 재추진을 위해 매입채무를 증가시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앵커PE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컬리는 주요 고객층인 20~4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새로운 전략의 일환으로 화장품 사업인 '뷰티컬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컬리 입장에서 신선식품과 달리 유통기한에 자유롭고 고가의 화장품은 수익성을 높이는 데 유리한 상품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신선식품 중심의 기존 상품 구성에서 벗어나 고객층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뷰티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전략이 자칫 신선식품에 강정을 가진 컬리 본연의 색깔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래 전망
컬리는 에비타(EBITDA) 기준 흑자를 통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연결 기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은 이러한 성과를 신중히 평가하며, 이를 장기적인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은 지속적으로 컬리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신규 투자 유치와 상장 추진에는 여전히 난관이 예상되며, 컬리는 지속적인 혁신과 비용 절감, 서비스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수적인 시점입니다.